계열사 구매규정, 공통·회사별 2층으로 설계하기
3줄 요약
- 사모펀드와 그룹사는 재무 보고가 통합된 뒤에도 구매 규정·분류·물량이 회사마다 흩어져 있는 문제를 겪습니다.
- 그룹 공통 규정을 기본값으로 두고 회사별 규정을 더하는 2층 구조, 같은 분류 기준의 지출 집계, 운영 방식으로서의 공동구매가 해법입니다.
- 사모펀드에게는 가치 제고 근거, 그룹사에게는 거버넌스 근거가 되며, 새 회사 편입 시 적용 순서를 표준으로 정해 둘 수 있습니다.
인수가 끝나고 석 달이 지났습니다. 새로 편입된 회사의 재무 보고는 그룹 양식으로 바뀌었고, 월별 손익도 그룹 대시보드에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룹 CFO가 "이 회사는 청소 용역을 얼마에, 어떤 기준으로 계약하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답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승인 한도도, 비교견적 기준도, 품목을 부르는 이름도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와 그룹사가 같은 문제를 겪습니다. 재무는 그룹 기준으로 묶이는데, 구매는 회사마다 따로 움직입니다. 이 글은 계열사 구매규정을 그룹 공통 규정과 회사별 규정의 2층 구조로 설계하는 방법, 그리고 지출 분류와 공동구매를 함께 운영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회사는 늘었는데, 구매 기준은 회사 수만큼 흩어집니다
관리해야 할 회사 수는 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약정액은 2025년 말 기준 167.5조원입니다(2026년 6월 발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4월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개입니다. 운용사가 관리하는 포트폴리오사도, 그룹이 거느린 계열사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인수나 계열 편입 직후에는 재무 보고, 회계 정책, 자금 관리가 먼저 통합됩니다. 구매는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각 회사가 원래 하던 방식대로 사고, 원래 쓰던 공급사와 계약을 이어갑니다. 몇 년이 지나면 같은 그룹 안에서도 회사마다 다른 규칙이 굳어집니다.
이 차이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각 회사의 손익이 목표 안에 있으면 구매 방식까지 들여다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드러나는 시점은 대개 비용이 갑자기 늘었을 때, 감사에서 지적이 나왔을 때, 또는 매각을 앞두고 판관비를 설명해야 할 때입니다. 그때 가서 회사별 기록을 모으려 하면 형식도 기준도 달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계열사 구매가 어려운 세 가지 이유
문제 |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 | 그룹이 잃는 것 |
|---|---|---|
규정이 제각각 | 승인 한도와 비교견적 기준이 회사마다 다르다 | 통제 수준을 서로 비교할 수 없다 |
지출이 안 보임 | 품목 분류가 달라 계열사 지출을 합칠 수 없다 | 어디서 비용이 늘었는지 모른다 |
물량이 분산됨 | 같은 용역·소모품을 회사별로 따로 계약한다 | 그룹 전체 물량이 협상에 쓰이지 않는다 |
세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규정이 다르니 분류가 다르고, 분류가 다르니 지출을 합칠 수 없고, 합칠 수 없으니 물량을 모아 협상할 근거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법도 규정, 분류, 공동구매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해법 1. 공통 규정 위에 회사별 규정을 얹는 2층 구조
모든 계열사에 똑같은 규정을 강제하면 현장이 멈춥니다. 업종도, 지점 수도, 거래 규모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회사마다 규정을 완전히 따로 두면 그룹은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답은 두 층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그림 1. 그룹 공통 규정(기본값)과 회사별 규정(추가)의 2층 구조
아래층: 그룹 공통 규정
그룹이 정하는 기본값입니다. 어느 계열사든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이 나와야 하는 항목을 여기에 둡니다.
금액 구간별 승인 한도와 구매 방법의 기본 틀
비교견적을 받아야 하는 기준과 최소 견적 수
구매 금지 품목, 거래 제한 공급사 기준
요청자·승인자·검수자 분리 같은 직무 분리 원칙
그룹 공통 품목 분류 체계
위층: 회사별 규정
각 회사가 업종과 운영 특성에 맞게 더하는 규정입니다.
업종 특화 품목의 구매 기준(예: 매장 운영사는 점포 시설 유지보수, 교육 회사는 강사 용역)
지점·사업장별 승인 경로
회사 고유의 예외 유형과 처리 절차
설계할 때 정해 두면 좋은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별 규정은 공통 규정에 더하는 것이지, 공통 규정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원칙입니다. 회사가 공통 기준보다 느슨하게 운영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규정을 바꾸기보다 예외로 등록하고 사유를 남기게 하는 편이 그룹 입장에서 관리하기 쉽습니다. 예외를 막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면, 어떤 공통 기준이 현장과 맞지 않는지도 데이터로 드러납니다.
어느 층에 둘지 판단하는 질문
실제로 규정을 나누다 보면 애매한 항목이 많습니다.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판단하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질문 | "예"라면 | 예시 |
|---|---|---|
계열사마다 답이 달라지면 그룹이 위험해지는가? | 공통 규정 | 직무 분리, 거래 제한 공급사, 특수관계 거래 신고 |
그룹 전체 지출을 합쳐 보려면 같아야 하는가? | 공통 규정 | 품목 분류, 공급사 코드, 계약 정보의 필수 항목 |
업종이나 사업장 구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 없는가? | 회사별 규정 | 점포 시설 긴급 수리, 지역별 승인 경로, 업종 특화 용역 |
세 질문 모두 "아니오"라면 굳이 규정으로 정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일 수 있습니다. 규정 조항이 많다고 통제가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켜지지 않는 조항이 늘어날수록 규정 전체의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해법 2. 같은 분류 기준으로 지출을 모읍니다
계열사 지출을 비교하려면 분류 체계부터 같아야 합니다. A사가 "건물관리비"로, B사가 "용역비"로, C사가 "지급수수료"로 기록한 청소 용역은 그대로는 합칠 수 없습니다. 계정과목은 회계 기준이라 회사마다 쓰는 방식이 다르고, 품목 이름은 담당자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그룹 공통 품목 분류를 따로 둡니다. 시설·용역, IT·SaaS, 소모품, 복리후생, 마케팅처럼 큰 분류를 정하고, 그 아래 품목을 공통 이름으로 매핑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분류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출 규모가 큰 분류부터 맞추고, 나머지는 운영하며 보완합니다.
분류가 맞춰지면 지출을 네 가지 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정과목, 품목, 공급사, 부서(회사)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 용역을 어느 계열사가, 어느 공급사에, 얼마에 맡기고 있는가"를 한 표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표가 있어야 다음 단계인 공동구매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해법 3. 공동구매를 한 번의 행사가 아닌 운영 방식으로
여러 계열사가 같은 품목을 따로 사고 있다면 수요를 합쳐 협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구매를 한 번의 프로젝트로 끝내면, 계약 만료와 함께 다시 회사별 구매로 돌아갑니다. 공동구매가 지속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함께 돌아가야 합니다.
대상 품목 선정 — 공통 분류로 모은 지출에서 여러 회사가 반복적으로 사는 품목을 고릅니다.
조건 적용 — 합의한 조건을 각 회사의 구매 경로에 반영합니다. 조건은 강제가 아닌 선택지로 제공하고, 어떤 조건을 쓸지는 각 회사의 규정과 승인 경로가 정하게 합니다.
실적 축적 — 회사별 구매 실적이 다시 공통 분류로 쌓여야 다음 협상의 근거가 됩니다.
공동구매의 성과를 숫자로 보고할 때는 협상 단가와 실제 청구 금액을 구분해야 합니다. 조건을 받아 놓고 계열사가 쓰지 않으면, 협상 결과는 장부에 남지 않습니다.
공동구매 대상을 고르는 기준
모든 품목이 공동구매에 맞지는 않습니다. 다음 조건을 많이 갖출수록 우선 검토 대상입니다.
사양이 표준화돼 있다 — 사무용품, 복합기 임대, 통신 회선처럼 회사마다 요구가 크게 다르지 않은 품목
반복 구매된다 — 일회성 프로젝트보다 매월·매년 이어지는 계약
공급사가 여러 지역을 소화할 수 있다 — 계열사 사업장이 흩어져 있어도 같은 조건으로 납품 가능한 품목
계약 만료 시점을 맞출 수 있다 — 기존 계약이 남은 회사는 만료 때 합류하도록 일정을 짭니다
반대로 업종 특화 용역이나 현장 판단이 중요한 서비스는 회사별 구매로 두고, 조건만 서로 공유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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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 그룹사, 쓰임이 어떻게 다를까요
같은 2층 구조라도 사모펀드 운용사와 대기업·중견 그룹사는 쓰는 목적이 다릅니다.
그림 2. 사모펀드 운용사와 그룹사의 활용 차이
구분 | 사모펀드 운용사 | 대기업·중견 그룹사 |
|---|---|---|
핵심 과제 | 포트폴리오사 가치 제고 | 계열사 구매 거버넌스 |
공통 규정 | 인수 직후 새 포트폴리오사에 먼저 적용 | 지주사·본사 기준을 계열사에 전개 |
물량 활용 | 볼트온 인수가 늘수록 합산 물량 확대 | 계열사 공통 품목부터 공동 계약 |
데이터 활용 | 엑시트 시 설명 가능한 판관비 근거 | 이사회·감사 보고 근거 |
사모펀드에게 2층 구조는 가치 제고의 도구입니다. 인수 직후 공통 규정과 분류를 먼저 적용하면, 보유 기간 동안 판관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 쌓입니다. 그룹사에게는 거버넌스 도구입니다. 계열사 구매가 그룹 기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이사회와 감사에 보여줄 근거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그룹이 정기적으로 볼 지표는 비슷합니다. 회사별로 공통 분류에 매핑된 지출의 비중, 회사별 예외 건수와 유형, 공동구매 조건이 실제로 쓰인 비율입니다. 세 지표가 분기마다 같은 양식으로 올라오면, 계열사 구매가 어디서 그룹 기준과 어긋나는지 숫자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표를 처음 만들 때는 목표치를 정하기보다 현재 수준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두세 분기 흐름을 본 뒤 기준을 정하는 편이 무리가 없습니다.
새 회사가 편입될 때의 순서
포트폴리오사나 계열사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규정을 처음부터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순서를 표준 절차로 정해 두면 편입 속도가 빨라집니다.
공통 규정 적용 — 승인 한도와 직무 분리 같은 기본값을 먼저 적용합니다.
품목 분류 매핑 — 편입 회사의 최근 지출을 그룹 공통 분류로 다시 분류합니다.
기존 계약 목록화 — 진행 중인 계약의 만료일, 자동갱신 여부, 해지 조건을 정리합니다.
회사별 규정 추가 — 업종 특성상 필요한 규정을 위층에 더합니다.
공동구매 대상 확인 — 기존 계열사와 겹치는 품목을 찾아,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공동 조건 적용을 검토합니다.
규정 문안을 계열사에 내려보낼 때는 각 회사의 정관, 이사회 규정, 기존 계약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열사 간 거래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 관련 규정과의 관계도 따져봐야 하므로, 법무 검토를 거치시기를 권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바로 해 볼 일
계열사별 승인 한도 표 만들기 — 각 회사의 금액 구간, 최소 견적 수, 승인자를 한 표에 놓고 차이를 표시합니다.
지출 상위 분류 다섯 개 정하기 — 계열사 공통으로 지출이 큰 분류 다섯 개를 골라, 각 회사가 그 지출을 어떤 계정과 이름으로 기록하는지 확인합니다.
겹치는 공급사 찾기 — 두 개 이상 계열사와 거래하는 공급사 목록을 뽑고, 회사별 계약 조건을 비교합니다.
공통 규정 초안 다섯 줄 쓰기 —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적용할 원칙 다섯 가지만 먼저 문장으로 적어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열사마다 구매 방식이 다른데, 한 번에 바꿔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통 규정 몇 가지부터 적용하고, 회사별 규정은 각 회사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더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직무 분리와 승인 한도처럼 통제 효과가 큰 항목을 먼저 맞추는 것을 권합니다.
공동구매를 하면 계열사의 자율성이 줄어들지 않나요?
공동구매 조건을 강제가 아닌 선택지로 제공하면 자율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을 쓸지는 각 회사의 규정과 승인 경로가 정하고, 그룹은 조건을 쓰지 않은 사유만 기록으로 받습니다.
그룹 구매 통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나요?
계열사별 지출을 같은 분류 기준으로 모아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을 어디서 얼마에 사는지 보이지 않으면 규정을 맞출 우선순위도, 공동구매 대상도 정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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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구매노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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