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발주로 결재 피하기, 이렇게 막는다

3줄 요약

  • 쪼개기 발주는 같은 목적의 구매를 여러 건으로 나눠 비교견적이나 상위 승인 기준을 피하는 행위로, 고의보다 구간 경계의 마찰에서 더 자주 생깁니다.
  • 동일 목적·동일 공급사·일정 기간이라는 합산 기준을 먼저 정하고, 경계 직하 금액 반복 같은 탐지 신호로 의심 건을 찾습니다.
  • 의심 건은 처벌보다 경고와 합산 재판정으로 처리하고, 몰림이 반복되면 구간 설계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김지현8분 읽기

한 부서에서 연말 고객 행사를 준비하며 행사 대행 용역을 맡겼습니다. 견적은 2,900만 원이었습니다. 회사 규정상 2,000만 원 이상이면 비교견적 2개사 이상과 구매팀 합의가 필요합니다(금액 기준은 예시입니다). 행사까지는 3주가 남았습니다. 담당자는 무대·음향을 1,200만 원, 영상 제작을 900만 원, 현장 운영을 800만 원으로 나눠 각각 요청을 올렸습니다. 세 건 모두 기준 아래였고, 같은 업체가 세 번 선정됐습니다.

담당자에게 악의가 있었을까요. 대개는 아닙니다. 일정은 촉박했고, 비교견적을 받을 시간이 없었고, 이미 협의한 업체가 있었습니다. 규정을 지키려면 행사가 위험해 보였습니다. 쪼개기 발주는 이렇게 생깁니다. 이 글은 분할 요청의 패턴과 원인, 합산 기준, 탐지 신호, 처리 원칙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분할 요청의 전형적인 패턴

분할 요청은 몇 가지 모양으로 반복됩니다. 패턴을 알면 의심 건을 빨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 범위 분할: 하나의 과업을 작업 항목별로 나눠 각각 요청합니다. 위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기간 분할: 1년짜리 계약을 석 달씩 네 번에 나눠 맺습니다. 매번 소액 구간에 들어갑니다.

  • 요청자 분할: 같은 목적의 구매를 팀원 여러 명이 각자 요청합니다.

  • 결제 분할: 법인카드 한도나 승인 기준을 피하려고 같은 가맹점에서 같은 날 여러 번 나눠 결제합니다.

  • 차수 분할: "1차", "2차" 같은 이름을 붙여 같은 과업을 연속 요청합니다.

다섯 패턴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건별로 보면 모두 규정을 지킨 것처럼 보입니다. 한 건씩 결재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도 합계를 보지 못합니다. 쪼개기를 막으려면 건이 아니라 합계를 보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분할이 회사에 남기는 비용

분할 요청은 "어차피 같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듣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남기는 비용은 생각보다 큽니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협상력이 사라집니다. 2,900만 원짜리 과업을 한 번에 비교견적에 붙이면 여러 업체가 같은 조건으로 경쟁합니다. 세 건으로 나눠 단일 견적으로 처리하면 비교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격이 적정했는지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셈입니다.

둘째, 데이터가 왜곡됩니다. 하나의 행사 비용이 세 건의 소액 구매로 흩어지면, 연말에 행사 비용을 집계할 때 실제 규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해 예산을 잡을 때도 잘못된 기준선이 쓰입니다.

셋째, 감사 위험이 쌓입니다. 분할 발주는 내부감사나 외부감사에서 자주 지적되는 항목입니다. 지적이 나오면 담당자는 몇 달 전의 사정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승인한 결재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왜 생기나: 구간 경계의 마찰

분할 요청을 개인의 일탈로만 보면 대응이 처벌로 흐릅니다. 처벌은 분할을 더 교묘하게 만들 뿐입니다. 원인을 구조에서 찾아야 합니다.

금액 구간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경계 바로 위와 바로 아래의 절차 차이가 클수록, 경계를 넘지 않으려는 동기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1,999만 원은 단일 견적으로 이틀 만에 끝나는데 2,001만 원은 비교견적과 합의로 2주가 걸린다면, 현업은 2만 원 차이 때문에 2주를 쓰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것을 구간 경계의 마찰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마찰을 키우는 요인은 세 가지입니다.

  1. 늦은 요청: 업체와 일정이 정해진 뒤에 요청이 올라오면 정상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습니다.

  2. 무거운 절차: 상위 구간의 절차가 금액에 비해 과하면 회피 동기가 커집니다.

  3. 보이지 않는 합계: 합산 기준이 없거나, 있어도 확인하는 사람이 없으면 분할은 비용이 들지 않는 선택이 됩니다.

따라서 대책도 세 방향입니다. 요청 시점을 앞당기고, 절차를 금액에 비례시키고, 합계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손댈 것이 합계를 보이게 하는 기준입니다.

합산 기준: 같은 목적, 같은 공급사, 일정 기간

합산 기준은 규정 문장으로 명확히 써야 합니다. 서비스업형 표준안 예시는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같은 목적의 구매를 나눠 승인 기준을 피하지 않는다. 같은 품목·업체의 일정 기간 합산액으로 구매 방법과 승인권자를 판단한다. 합산 기간은 회사가 정한다. (예시: 30일)

세 요소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요소

판단 기준

확인 방법

같은 목적

하나의 행사,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시설처럼 결과물이 하나로 묶이는가

요청서의 목적·프로젝트 코드 비교

같은 공급사

같은 업체 또는 같은 업체로 볼 수 있는 관계사인가

사업자번호, 대표자, 주소 비교

일정 기간

정해진 기간(예시: 30일) 안에 요청·발주가 몰렸는가

요청일·발주일 기준 기간 조회

분할 발주 타임라인 예시. 30일 합산 창 안에서 1일차 1,200만 원, 12일차 900만 원, 25일차 800만 원 요청이 같은 목적과 같은 공급사로 들어오면, 건별로는 모두 2,000만 원 비교견적 기준 아래지만 합산 2,900만 원으로 상위 구간으로 재판정된다

그림 1. 30일 합산 창 예시. 건별로는 모두 기준 아래지만 합계는 상위 구간입니다. 금액과 기간은 예시입니다.

그림의 사례에서 세 건은 각각 1,200만 원, 900만 원, 800만 원으로 모두 2,000만 원 기준 아래입니다. 하지만 같은 행사를 위한 같은 업체의 구매가 30일 안에 이뤄졌으므로 합산 2,900만 원으로 판정합니다. 이 건은 비교견적과 구매팀 합의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기간을 너무 짧게 잡으면 기간 분할을 막지 못하고, 너무 길게 잡으면 정상적인 반복 구매까지 묶입니다.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소모품 구매는 분할이 아니라 단가계약 대상입니다. 합산 기준과 별개로 단가계약 체결 기준을 함께 두면 둘이 섞이지 않습니다.

합산 기준을 운영할 때 정해 둘 것

기준 문장만으로는 현장에서 판단이 갈립니다. 운영 세칙으로 다음 세 가지를 미리 정해 두면 다툼이 줄어듭니다.

  • 목적을 묶는 단위: 프로젝트 코드나 행사명처럼 요청서에서 목적을 식별할 항목을 정합니다. 이 항목이 같으면 같은 목적으로 봅니다.

  • 관계사 판단: 대표자나 주소가 같은 업체를 같은 공급사로 볼지 정합니다. 판단이 어려우면 구매팀장이 결정하도록 권한을 둡니다.

  • 기간의 기준일: 요청일로 셀지 발주일로 셀지 하나로 정합니다. 기준일이 섞이면 같은 건이 기간 안팎을 오갑니다.

뉴스레터

매주 화요일, 구매 실무 노트를 메일로 받아보세요

이메일만 입력하면 됩니다. 언제든 1클릭으로 수신을 거부할 수 있어요.

탐지 신호 체크리스트

합산 기준이 있어도 누군가 확인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월별 구매 내역을 볼 때 다음 신호를 점검하면 의심 건을 좁힐 수 있습니다.

분할 발주 탐지 신호 체크리스트. 경계 바로 아래 금액이 반복되는지, 같은 공급사에 짧은 기간 연속 요청이 있는지, 과업명에 1차·2차 같은 차수가 붙는지, 같은 목적 요청이 여러 요청자로 나뉘는지, 같은 가맹점에서 같은 날 카드 결제가 여러 번 있는지, 견적서 번호와 날짜가 연속되는지 확인한다

그림 2. 분할 발주 탐지 신호 여섯 가지. 신호는 의심의 출발점이며 그 자체로 위반을 뜻하지 않습니다.

  • 구간 경계 바로 아래 금액의 요청이 반복된다

  • 같은 공급사에 짧은 기간 동안 연속으로 요청이 들어온다

  • 과업명에 "1차", "2차", "추가분" 같은 차수가 붙는다

  • 같은 목적의 요청이 여러 요청자 이름으로 나뉘어 올라온다

  • 같은 가맹점에서 같은 날 법인카드 결제가 여러 번 나뉘어 있다

  • 한 업체의 견적서 번호와 날짜가 연속되어 있다

신호 하나만으로 분할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정상적인 추가 구매도 차수가 붙고, 같은 업체에 연속 요청이 갈 수도 있습니다. 신호는 확인 대상을 고르는 도구입니다. 두 개 이상의 신호가 겹칠 때 우선 확인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법인카드 결제 분할은 따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명세서에는 가맹점과 금액만 남기 때문에 구매 품목과 목적을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가맹점에서 같은 날 비슷한 금액이 여러 번 결제됐다면 품목 내역을 받아 확인합니다. 카드 사용도 구매 규정의 승인 기준을 따른다는 문장을 규정의 적용 범위에 넣어 두면, 카드 결제 분할도 같은 합산 기준으로 판정할 근거가 생깁니다.

처리 원칙: 경고, 재판정, 기록

의심 건을 찾았을 때의 처리는 단계적으로 합니다. 통제 강도로 보면 분할 의심은 '차단'이 아니라 '경고'에 해당합니다. 정상 거래까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경고: 요청자에게 합산 기준에 걸린 사실을 알리고 사유를 묻습니다.

  2. 재판정: 같은 목적으로 확인되면 합산 금액으로 구간을 다시 판정합니다. 상위 구간의 절차, 즉 비교견적이나 상위 승인을 거치게 합니다.

  3. 기록: 이미 발주가 끝난 건이라면 되돌리기보다 예외 건으로 기록하고, 분할 사유와 재판정 결과를 남깁니다.

  4. 보고: 같은 부서에서 반복되면 정기 예외 보고에 포함해 원인을 함께 찾습니다.

처벌은 마지막 수단입니다.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회피라면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처리할 수 있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위반 조치를 규정에 넣을 때는 인사규정과의 관계를 법무와 함께 검토하는 것을 권합니다.

구간 설계 자체를 점검하기

탐지 신호가 특정 경계에 몰린다면, 문제는 사람보다 경계일 수 있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구간 설계를 점검해 봅니다.

  • 경계 바로 아래에 요청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는가

  • 상위 구간의 절차가 금액에 비해 과하게 무겁지 않은가

  • 상위 구간 건의 평균 처리 기간이 현업 일정과 맞는가

  • 반복 구매 품목이 단가계약 없이 매번 견적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답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절차가 과하다면 상위 구간의 절차를 가볍게 다듬습니다. 처리 기간이 문제라면 요청 기한을 앞당기거나 견적 요청을 병렬로 진행합니다. 반복 구매가 문제라면 단가계약으로 옮깁니다. 분할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할할 이유를 줄이는 것입니다.

도입부의 행사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부서가 행사 일정을 확정한 시점에 바로 구매요청을 올렸다면, 비교견적을 받을 시간은 충분했을 것입니다. 행사·교육처럼 일정이 미리 정해지는 구매는 행사일 기준으로 요청 기한을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기한은 회사가 정합니다). 기한을 지키면 정상 절차를 밟을 시간이 생기고, 기한을 놓친 건은 분할이 아니라 예외구매로 정직하게 기록됩니다. 숨는 대신 드러나는 쪽이 회사에도 담당자에게도 낫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바로 해 볼 일

  1. 합산 기준 문장 확인: 현재 규정에 동일 목적·동일 공급사·기간 합산 문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초안을 씁니다.

  2. 최근 석 달 구매 내역 정렬: 공급사별로 묶고 요청일 순으로 정렬해 짧은 기간 연속 요청을 찾습니다.

  3. 경계 직하 금액 세기: 각 구간 경계 바로 아래(예: 경계의 90~100%) 금액의 요청 건수를 셉니다.

  4. 의심 건 한 건 재판정해 보기: 신호가 두 개 이상 겹친 건을 골라 요청자와 사유를 확인하고 처리 절차를 시범 적용합니다.

  5. 단가계약 후보 고르기: 반복 구매인데 매번 따로 요청되는 품목을 찾아 단가계약 대상으로 올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분할 요청은 모두 규정 위반인가요?

아닙니다. 예산 집행 시점이 실제로 다르거나, 과업이 독립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정상 거래입니다. 같은 목적·같은 공급사·일정 기간이라는 합산 기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승인 기준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합산 기간은 얼마로 정해야 하나요?

정해진 기준은 없고 회사가 정합니다. 표준안 예시는 30일입니다. 기간 분할이 잦은 정기 용역은 기간 대신 계약 전체 기간 합산 원칙으로 막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이미 발주가 끝난 분할 건은 어떻게 하나요?

계약을 되돌리면 업체와의 관계와 일정에 영향이 큽니다. 대개는 예외 건으로 기록하고 사유와 재판정 결과를 남긴 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지출 진단

우리 회사 구매 지출, 어디서 새고 있을까요?

유료 서비스 · 진단 범위에 따라 상담 시 견적을 안내해 드려요

지출 진단 신청
김

김지현 구매노트 에디터

서비스 구매 10년 차. 구매 운영 실무를 글로 정리합니다.

댓글 0

댓글은 회원만 작성할 수 있어요. 로그인하고 실무 경험을 나눠 주세요.

로그인하고 댓글 쓰기

아직 댓글이 없어요. 이 글을 읽고 떠오른 실무 경험이나 질문을 처음으로 남겨 주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